2025.06.18
양자컴퓨팅, 양자 센싱 등 다양한 양자기술에 적용 기대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양범정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6월 6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양자거리'는 미시세계* 입자들 간의 양자역학적 유사성, 즉 '얼마나 닮았는가'를 수치화한 물리량으로, 두 입자가 완전히 동일한 상태일 때 0, 완전히 다를 때는 1의 값을 갖는다.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등 첨단 양자기술 분야에서 연산 정확도 평가와 상태 변화 추적을 위해 필수적인 개념으로 꼽힌다.
*미시세계: 머리카락 굵기의 백만분의 일에 해당하는 원자 수준의 세계로, 입자의 운동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가 초전도 등 복잡한 물리 현상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전 세계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사례만 보고되었고, 직접 측정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성과는 이러한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직접·완전하게 측정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다년간 축적해온 실험 역량과 양범정 교수 연구팀의 이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과를 도출했다.
서울대학교 양범정 교수팀은 미국 MIT와 협력하여 양자거리를 근사 측정한 결과를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발표하는 등 이론 연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여왔으며, 우리 대학교 김근수 교수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 및 흑린 소재 연구를 통해 2024년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실험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
* 각분해광전자분광(ARPES): 물질에 빛을 조사할 때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
공동 연구팀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흑린을 대상으로 연구를 고도화했다. 양범정 교수팀은 흑린의 단순 조성과 대칭 구조 덕분에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에 의해 결정됨을 이론적으로 밝혔고, 김근수 교수팀은 편광된 빛을 활용한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을 통해 전자 간 위상차를 정밀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자거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위상차(phase difference): 파동의 최댓값 간 위치 차이. 전자와 같은 입자도 파동성을 가지므로 위상차가 존재한다.
김근수 교수와 양범정 교수는 “정확한 건축을 위해 정밀한 거리 측정이 필수적인 것처럼, 오류 없이 작동하는 양자 기술 개발에도 양자거리의 정밀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등 다양한 양자 기술 분야의 기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